"동적 해석까지 돌렸는데 왜 ECO2를 또 해야 합니까"와 "ECO2 결과가 있는데 시뮬레이션이 왜 필요합니까"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같은 오해에서 나옵니다. 두 도구가 같은 일을 한다는 전제입니다.
먼저 짚을 것은 ECO2가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ECO2는 인증 평가에 쓰는 소프트웨어입니다. 'ECO2 인증'이나 'ECO2 등급' 같은 표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 ZEB 인증으로 통합된 뒤에도 ECO2는 그대로 쓰입니다. 제도가 개편되어도 평가 도구의 존폐와는 직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CO2가 하는 일 —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ECO2는 월 단위 준정적 계산으로 1차에너지소요량을 산정합니다. 사용 프로파일과 실내 조건이 용도별로 고정되어 있어, 설계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적습니다. 이것은 한계가 아니라 설계 목적입니다. 인증은 서로 다른 건물을 같은 잣대로 비교해 등급을 매기는 절차이므로, 입력 조건이 사람마다 달라지면 제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증 서류로 인정되는 산정 결과는 규정된 프로그램에서 나온 값뿐입니다.
동적 시뮬레이션이 하는 일 — 이 건물의 거동 보기
반대로 실제 운전 조건을 반영해야 판단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서버실 발열이 큰 데이터센터, 재실 시간이 낮에 몰린 학교, 외기냉방 제어 로직의 효과, 여름 오후의 냉방 피크 — 이런 것들은 월별 평균값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어느 시각에 무엇이 부하를 만드는지 드러납니다. 차양 깊이를 20cm 늘렸을 때 채광과 냉방부하가 각각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서를 정해 두면 헛도는 계산이 없습니다
순서는 설계 대안 비교를 동적 해석으로 먼저 진행하고, 확정된 안을 ECO2로 산정해 인증 서류를 만드는 쪽이 맞습니다. 반대로 하면 ECO2 입력을 여러 번 다시 만들면서도 정작 필요한 판단 근거는 얻지 못합니다. 두 결과의 절댓값이 다르게 나오는 것도 정상입니다. 전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에는 각각의 계산 조건을 명시해 어떤 숫자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인지 구분해 두어야 합니다.